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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두의 시간 / 마경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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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99회 작성일 20-10-15 17:02

본문

자두의 시간

 

   마경덕

 

 

뒤뜰에 버려진 자두나무

흩어진 봄을 뭉쳐 서너 개 열매를 품었다

누군가 걷어차던 차디찬 밑동

봄볕에 데워 늦둥이를 얻었는데

 

둥지를 노리는 뱀처럼 바람이 가지를 타고 오른다

새파랗게 뒤집히는 이파리들

얼핏얼핏 드러난 얼굴들

 

잎사귀에 싸매둔 어린것, 바람의 혀가 닿는 순간

늙은 자두나무 뒷목이 뻣뻣해진다

 

자두의 심장이 채 붉기도 전에 바람은 왜 찾아오는 것일까

 

자두 한 알

아찔한 바닥으로 고꾸라질 때 질끈 눈을 감았는지,

 

주워든 손에 설익은 피가 묻는다

 

나무에게도 아픈 손가락이 있다

 

허전한 나뭇가지 어디쯤 빈자리 하나가 있을 것이다


 

계간 시와정신2020년 가을호




mgd.jpg


전남 여수 출생  
2003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신발론』 『글러브 중독자』​ 『사물의 입』​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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