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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얼굴 / 신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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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489회 작성일 20-10-15 17:09

본문


물의 얼굴

 

신지혜

 

 

물의 얼굴을 보았다는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이목구비를 만지려고 했더니

그만 사라졌어요

아니, 순식간에 날아갔다고

푸드득거리는 날갯짓소리 들었다고

 

세면대에 수돗물을 틀어놓거나

샤워기 속에서 쏟아져 내리는

이 제멋대로 자유자재한 모습의 존재가

다른 별에는 없는데

유독 지구표면에만 젤리처럼 악착같이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고

분말처럼 부서지지 않고

혼자인 듯 여럿이

부드러운 힘으로 사람을 키우고

들꽃을 빚고

 

매초, 삶과 죽음의 궤적을 그리며

몸 안 심산유곡 휘돌아 치는 물소리,

하지만 물의 힘을 아는 사람들은

산목숨 물주머니 아닌 것 하나도 없어 무릇

인연 스칠 때마다 서늘한 숨꽃 툭, 틔워준다 한다

단 한번도 그 변화무쌍한 천의 얼굴,

바로 본 적 없으나 그 품이 넉넉하다 한다




- 시집토네이도』 2020. 상상인 시선




 

서울 출생

미주 <중앙일보 신춘문예> 당선

현대시학5회 신인작품공모로 등단

시집 밑줄토네이도 등 

3<재외동포문학상> 시부문 대상 수상

제3회 <윤동주서시해외작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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