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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도시가 문을 닫았다 / 박홍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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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499회 작성일 15-11-27 08:52

본문

도시가 을 닫았다  


박홍점

 

 

거리의 상점들이 일제히 문을 닫았다

어른들은 처음으로 휴가를 받고

안쪽에서 커다란 자물쇠가 어금니를 물고

아이들은 바깥을 쫑긋거렸다


목을 세울 수 없는 방공호

연탄아궁이 곁, 노란 스펀지 요가 깔렸다

이제 딸들은 지하에서 가장 가까워지는 시간

키득키득 속없는 불꽃들이 웃었다 하품을 했다

책장은 넘어가지 않았다


호기심 많은 고양이들 지키느라

어른들의 잠은 밤낮으로 얕고

한낮의 고요와 불안을 찢는 몇 발의 탕탕거림

다급한 거리의 고양이 한 마리 담을 넘어 들고

옥상에서 계단으로 흘러내린 붉은 장미들


눈치 빠른 밥상은 눈꺼풀 몇 번 껌벅이고

어둠 속에서 뛰어내린 발자국은 어찌 되었을까

휴교령 전 골목에서 만난 피 흘리던 어깨와

시 한 편으로 대체되었던 마지막 수업

멀지 않은 곳에서 연이어 터지던 총성에 관해 분분했다

그때 둘러앉은 얼굴들은 처음으로 피가 같았다

 

 

 

1961년 전남 보성 출생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학과 졸업

2001문학사상으로 등단

시집 차가운 식사『피스타치오의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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