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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기념관 / 이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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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13회 작성일 20-11-14 20:07

본문

전생기념관

 

   이혜미

 

 

 

찢어진 깃발들이 휘날리는 국경일에

느리고 거대한 몸들을 생각한다

 

기일이 곧 생일인 세계가 있어

 

깊숙한 발자국을 미래로 보내기 위해

오래 나뭇가지를 씹는 초식 공룡처럼

 

바라볼수록 희미해지는

꿈속의 색깔처럼

 

그곳엔 손그네를 태워 주던 젊은 부모가 있고

지워진 얼굴들과 아름다운 파지들이 많아서

 

사라질 수 있을 것 같다

저녁을 선물 받은 그림자처럼

희박해진 몸을 털고

 

전생을 기념하는 이상한 박물관에서

비대한 슬픔이 우리를 기다린다

 

죽은 사람들을 위해

노트 맨 앞장을 비워 두는 습관

 

어째서 생일은 한 번뿐일까

마음은 묻히기도 전에 발굴되는 화석 같았다

 

 

   ⸻계간 시인수첩2020년 가을호



 

안양 출생
2006년 중앙신인문학상 당선
2009년 서울문화재단 문예창작기금 수혜
시집으로『보라의 바깥』『뜻밖의 바닐라』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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