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의 방식 / 박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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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09회 작성일 20-11-18 14:00본문
뿌리의 방식
박종인
죽은 듯이 앙상한 나무가 날씨의 위로를 받자 부스스 눈을 뜨기 시작했다 봄볕 한 사발로 메마른 입술에 생기가 돌았다 이것은 가능성이다
예상은 빗나가거나 적중한다 절반이 확률을 넘었을 때 봄이다 잘려진 목을 접목하는 기술자들, 전문가의 손이 빛나는 철이다
무르익어 번창한 시기는 봄의 중년, 중년은 녹음과 그늘로 이어진다 봄의 뿌리에서 출발한 계절의 마디들, 네 개의 뿌리는 네 개의 매듭을 지닌다
되풀이되는 기술에 나이테가 그려진다 봄의 고리에 들러붙은 수많은 죽음들, 한 번의 죽음 위에 안간힘이 다녀가고 바람의 피가 서늘해진다
그늘을 좇아 모여든 것들은 그늘의 변심으로 다시 흩어지고 부활을 꿈꾸는 가능성은 어둠 속에 웅크린다
⸺시집 『연극무대』 2020년 9월
박종인 시인은 삶의 길흉이 갈마드는 현대사회의 다양한 현상적 지표들을 간과하지 않고 그걸 시적 품으로 받아 궁구하듯 살피는 예리한 감식안을 가졌다. 언뜻 봐서는 일상적으로 지나치기 쉬운 난망한 현실의 여줄가리로 치부할 수 있는 것들도 그 안에 도사린 범상치 않은 유의미한 존재의 실상이나 실제에 시적 촉수를 드리우는 남다른 결행이 돋보인다. 그만큼 관성적인 삶의 소재에 쉽게 매몰되지 않고 불안과 실존의 심기를 건드리는 여러 대내외적인 이슈들을 선점하려는 남다른 의욕으로 일상적 삶의 평면에 입체적 인식의 파급을 얻어내곤 한다.
— 유종인 시인
전북 무주 출생
2010년《애지》로 등단
산림청 주관 제9회 산림문화작품공모전 대상 수상
2014년 문예진흥 기금 수혜
시집 「미술관에서 애인을 삽니다」 『연극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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