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 이명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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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1,169회 작성일 20-12-04 12:18본문
나비
이명윤
상가 다녀오는 길가, 개나리 웃고 있는 데요
웃음은 살랑살랑 색종이처럼 달라붙고 얼굴이 자꾸만 우스워집니다
구름 속으로 사라지는 구름을 보며 상주가 손을 잡았을 때 죽음은 악수를 할 수 없는 손이라 생각했지요
걸음을 뒤돌아보던 개나리 떼들 필사적으로 손을 흔듭니다 죽음이 지나가는 시간,
검은 관 위로 무심한 바람이 펄럭이고 옷깃이 자꾸만 헐렁해집니다
갓길로 등 굽은 노인이 걸어옵니다 어떤 슬픔은 녹이 슬어 다시 펼 수가 없습니다
지팡이는 먼 곳에서부터 달라붙는 죽음을 쿡쿡 누르며 오는 데요
길이 쉼표처럼 느려집니다
길이 음악처럼 아늑해집니다
서로의 그림자를 밟던 걸음이 개나리와 손잡고 피어나는 봄날,
한 줄로 그어놓은 공중의 길, 버스가 지나갑니다 당신은 어느 창가에 앉아 있고
개나리 입에 따다 물고 있네요
우리 악수할까요,
손 하나가 공중을 날아오릅니다 정지된 풍경 속으로 너울너울 사라져 갑니다
-계간『시선』2020, 가을호
2007년 《시안》으로 등단
시집 『수화기 속의 여자』 『수제비 먹으러 가자는 말』
<시마을 문학상>, <전태일 문학상>
<수주 문학상>,<민들레 문학상>, <솟대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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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하늘나무aaaaa님의 댓글
하늘나무aaaaa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선』2020, 가을호
아주 좋습니다 따뜻한 마음으로 돌아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로움과 함께 행복 가득히 포근한 하룻길이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