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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걸의 풍경 / 나호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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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10회 작성일 20-12-08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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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걸 求乞의 풍경


  나호열


 

  거지라고 다 같지는 않다 어느 놈은 사기치고 도둑질을 하지만 그래도 양심 있는 거지는 동냥을 한다 양심 있는 거지라도 낯이 두껍지 못하면 지하철 계단에 무릎에 얼굴을 묻고 바쁜 발자국 소리를 하염없이 염불 소리로 듣는다 같은 지하철 계단이라도 조금 낯이 두꺼워지면 깡통을 놓고 거미가 먹이를 기다리듯 자세를 잡는다 돈이 쌓이면 사람들은 배부른 거지라 지레짐작하고 지나치기에 동전은 놔두고 지폐는 재빨리 거두어야 한다 이제 공력이 쌓이면 직립하여 서울역 같은 유동인구가 많은 곳으로 진출한다 어느 거지는 오백 원만 달라고 한다 줄 마음이 있으면 애써 오백원 동전을 찾기 보다 천원 지폐를 꺼낼 것이라 예상하는 것이다 그런 잔 머리보다 아예 천원만 달라고 손 내미는 정직한 거지도 있다 구걸하는 거지는 이제 구구절절 거지가 된 사연을 이야기 하지 않는다 피차 속전속결 주든지 말든지 혹시 거지가 되는 꿈은 꾸지 마시라 없던 목이 떨어지고 밥줄이 끊어지는 흉몽 凶夢이다

 

-계간시선2020년 겨울호


as1.JPG


 1953년 충남 서천 출생
경희대학교 대학원 철학과 박사과정 수료
1986년 《월간문학》신인상 수상
1991년 《시와시학》중견시인상 수상
2004년 녹색 시인상 수상
미래시, 울림시, 강남시, 시우주문학회 동인으로 활동
저서로 『담쟁이 넝쿨은 무엇을 향하는가』
『집에 관한 명상 또는 길찾기』,『망각은 하얗다』
『아무도 부르지않는 노래』,『칼과 집』
『그리움의 저수지엔 물길이 없다』,『낙타에 관한 질문』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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