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 박목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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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897회 작성일 21-01-11 13:05본문
가정
박목월
지상에는
아홉 켤레의 신발.
아니 현관에는 아니 들깐에는
아니 어느 시인의 가정에는
알전등이 켜질 무렵을
문수(文數)가 다른 아홉 켤레의 신발을.
내 신발은
십 구문 반(十九文半).
눈과 얼음의 길을 걸어,
그들 옆에 벗으면
육문 삼(六文三)의 코가 납짝한
귀염둥아 귀염둥아
우리 막내둥아.
미소하는
내 얼굴을 보아라.
얼음과 눈으로 벽(壁)을 짜올린
여기는
지상.
연민한 삶의 길이여.
내 신발은 십 구문 반(十九文半).
아랫목에 모인
아홉 마리의 강아지야
강아지 같은 것들아.
굴욕과 굶주림의 추운 길을 걸어
내가 왔다.
아버지가 왔다.
아니 십 구문 반(十九文半)의 신발이 왔다.
아니 지상에는
아버지라는 어설픈 것이
존재한다.
미소하는
내 얼굴을 보아라.
1916년 경북 경주 출생(1978년 별세)
1939년 문장 《길처럼》 등단
시집으로 『산도화』, 『경상도의 가랑잎』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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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순례자님의 댓글
순례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 시를 여기에서 오랜만에 또 만났네요.
맑은 냇물처럼 욕심 없이 께끗한 시를 쓰셨던
박목월 남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