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차로에서 잠깐 멈추다 / 양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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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차로에서 잠깐 멈추다
양애경
우리가 사랑하면
같은 길을 가는 거라고 믿었지
한 차에 타고 나란히
같은 전경을 바라보는 거라고
그런데 그게 아니었나 봐
너는 네 길을 따라 흐르고
나는 내 길을 따라 흐르다
우연히 한 교차로에 멈춰 서면
서로 차창을 내리고
-안녕, 오랜만이네
보고 싶었어
라고 말하는 것도 사랑인가 봐
사랑은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니고
영원히 계속되지도 않고
그렇다고 그렇게 쉽게 끊어지는 끈도 아니고
이걸 알게 되기까지
왜 그리 오래 걸렸을까
으레 고통스러웠지
아, 신호가 바뀌었군
다음 만날 지점이 이 생이 아닐지라도
잘가, 내 사랑
다시 만날 때까지
잘 지내

1982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으로 『불이 있는 몇개의 풍경』 『맛을 보다』 『내가 암늑대라면』
『사랑의 예감』 『바닥이 나를 받아주네』 등
2012년 제19회 한성기 문학상 수상
제10회 애지문학상 수상
2002년 충청남도문화상 문학부문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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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순례자님의 댓글

혐오하거나 원망하는 마음 없이
다시 만날 인연을 열어 놓고 헤어질 수 있으니
그래도 좋은 사랑 아닐까?
잘 가, 내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