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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격리 중입니다 / 고성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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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23회 작성일 21-01-22 10:49

본문

지금 격리 중입니다

 

   고성만

  

 

당신을 만나고 온 날 손을 씻습니다

귀를 씻습니다

입을 씻습니다

 

죄책감을 지우고

기억을 채웁니다

 

수행기도처도 아닌데

외부인을 일절 출입금지 했습니다

탱자울 가시 세워 스스로

위리안치 한 지 벌써 몇 달

 

산딸나무 꽃은 피어 뒷마당이 하얗고

들고양이 새끼 낳더니 새 떼가 날아왔습니다

텅 빈 골목 햇살의 날개가 퍼덕거립니다

 

수평선에 남실남실 물이 차오를 때

고기 잡으러 나간 아버지

서녘하늘 노을 질 때

머릿수건 둘러매고 산밭에 가신 어머니

새둥지 찾아 아래로 아래로 내려간 나는

방파제 넘어 다리 건너

별빛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당신의 음성이 들리지 않습니다

 

파도 소리로 가득 채운 방,

비로소

울음이 터집니다

  

  ⸺계간 시인수첩2020년 가을호 



고성만.jpg


전북 부안출생

조선대 국어교육과, 전남대 교육대학원 졸업

1998동서문학신인상 당선

시집 올해 처음 본 나비』 『슬픔을 사육하다

햇살 바이러스』 『마네킹과 퀵서비스맨

 시조집 파란, 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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