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앵무와의 나날 / 허영숙 > 오늘의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오늘의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오늘의 시

 (관리자 전용)

☞ 舊. 테마별 시모음  ☞ 舊. 좋은시
 
☞ 여기에 등록된 시는 작가의 동의를 받아서 올리고 있습니다(또는 시마을내에 발표된 시)
☞ 모든 저작권은 해당 작가에게 있으며,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모란앵무와의 나날 / 허영숙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23회 작성일 21-01-25 12:41

본문

모란앵무와의 나날

  

  허영숙



아주 오래 알고 지내던 사람이

이민을 가며 떠안기듯 주고 간 모란앵무가

횃대를 시끄럽게 긁는다

오려는 잠을 며칠째 부리로 물어뜯고 있다

창밖에는 사납게 비가 내리고

막 벌어진 무화과 툭 떨어지고

단단한 먹으로 몸을 갈기갈기 밀어내듯

소리로 갈아내는 밤은 먹물처럼 짙다


새가 부리로 제 깃털을 뽑는다

낯선 이주에 대한 두려움이 횃대에서 깃털로 옮겨간다

정 붙였던 사람을 갑자기 잃어버리고

새는 스스로 몸을 후벼 파며 운다

부리로 뽑아 낸 울음이 새장 바닥에 흥건하다

그 즈음, 내 슬픔도 부풀고 있는 중이었다

울음 기둥은 여기저기 솟구쳐 나를 가두고

쏟아 낼 곳을 찾지 못해

깃털을 하나씩 뽑고 있는 중이었다

모란앵무와 내가

맞닿아 있는 아픈 음역을 서로 살핀다

몸의 깃털을 다 뽑아 맨살이 드러날 때쯤

울음은 속도를 늦추다 그칠 것이므로

며칠, 서로의 축축한 무릎을 베고 잠들어야 한다


—《시인시각2010년 겨울호

   


 

2006년 시안》으로 등단

2018년 <전북도민일보>소설부문 신춘문예 당선

시집『바코드』『뭉클한 구름』등

2016년 부산문화재단 창작지원금 수혜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3,178건 23 페이지
오늘의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207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03 0 03-02
207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04 0 03-02
207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98 0 03-02
207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03 0 02-24
207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07 0 02-24
207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47 0 02-24
207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53 0 02-22
207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48 0 02-22
207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67 0 02-22
206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20 0 02-20
206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81 0 02-20
206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63 0 02-20
206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04 0 02-17
206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78 0 02-15
206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10 0 02-15
206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71 0 02-15
206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72 0 02-12
206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58 0 02-12
206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65 0 02-08
205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72 0 02-08
205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52 0 02-08
205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79 0 02-04
205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08 0 02-04
205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34 0 02-04
205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45 0 02-01
205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55 0 02-01
205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44 0 02-01
205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50 1 01-28
205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82 0 01-28
204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61 0 01-28
204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04 0 01-25
열람중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24 0 01-25
204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47 0 01-25
204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20 0 01-22
204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16 0 01-22
204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35 0 01-22
204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84 0 01-15
204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88 0 01-15
204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21 0 01-13
203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22 0 01-13
203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54 0 01-13
203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18 0 01-11
203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81 0 01-11
203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00 0 01-11
203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01 0 01-08
203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89 0 01-08
203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58 0 01-08
203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46 0 12-29
203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34 0 12-29
202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22 0 12-28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