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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 / 홍일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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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60회 작성일 21-01-28 10:04

본문

바퀴

 

홍일표

   

   

  그대는 문자 밖에서 횡행하는 연애입니다 방향도 없고 거처할 처소도 없습니다

 

  한 마리 새가 누군가 마지막으로 내뱉은 비명이듯이 나는 그대의 옷에 붙은 검불이거나 해독되지 않는 기호입니다 저걸 뭐라고 부르지요? 실내에 날아들었던 새가 창밖으로 재빨리 빠져나가는 순간 호명할 수 없는 다른 행성의 눈부신 빛이 스쳐지나갑니다

  이파리에 잠시 다녀갔던 빛들의 감정이 희미해집니다 붉은색이든 녹색이든 시간의 무늬로 일렁이다 스러진 것들을 따라가면 나는 이름을 부를 수 없습니다 하나의 이름 속에 여러 개의 이름이 붐비고 있습니다 하나의 색깔 속에 여러개의 색이 뛰놀고 있습니다

  문자 밖의 그대가 명료하게 보이는 새벽에 나는 동쪽에 사는 서쪽입니다 수만 권의 책이 흩어져 폭설입니다

-시집 나는 노래를 가지러 왔다




 

1958년 출생
1988년 《심상 》신인상
1992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안개, 그 사랑법 』『순환선 』『혼자 가는 길 』『살바도르 달리風의 낮달』.
산문집 『 죽사발 웃음 밥사발 눈물』, 민담집 『 산을 잡아 오너라』
『닭을 빌려타고 가지 』『매혹의 지도』『밀서』,평설집 『홀림의 풍경들』『나는 노래를 가지러 왔다』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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