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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물 / 박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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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54회 작성일 21-02-01 13:48

본문

밥물

 

 박희연

 

 

불리지 않은 쌀로 밥을 지을 때는

손등이 잠길 만큼 밥물을 부어야 한다.

그것을 모르던 때에 난

쌀을 불리든 불리지 않든

늘 손등이 잠기지 않게 물을 부었다.

밥물은 종종 끓어 넘쳤고

밥은 설익거나 까맣게 탔다.

 

불린 쌀 위에 외딴섬처럼 손을 얹는다.

그 섬이 잠기지 않도록 물을 붓는다.

가끔 홀로 날아드는 갈매기처럼

넌 내게 와 한참을 누웠다 간다.

교복을 입고 찾아온 넌 하품하며 말한다.

카네이션 샀는데 줄 수 없었네.

가스불이 켜지고 밥물이 끓어오른다.

장난감을 사들고 너에게 건넬 날을 기다린 적 있었어.

거품을 문 밥물이 솥뚜껑을 들썩거린다.

입학식 전날 네 교복을 반듯하게 다려주고 싶었지.

지난날 밥물은 수없이 흘러넘쳤으므로

더는 넘치지 않게 불을 줄인다.

 

들끓는 슬픔이 가라앉으면 밥 짓는 냄새가 난다.

자작자작 뜸 들이는 소리에 맞춰 넌 얕은 코를 곤다.

이제는 나보다 키가 커버린

너의 얼굴을 가만히 쓰다듬어본다.

너는 푸우- 큰 숨을 내쉰다.

불을 끄고 위아래 밥을 섞는다.

밥알을 풀어주듯 네 어깨를 살살 흔든다.

밥 먹자.

구겨진 옷자락을 펴주며 너에게 숟가락을 건넨다.


- 2021년 상상인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작 




 2021년 상상인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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