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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 이정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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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70회 작성일 21-02-15 17:24

본문

거울

 

  이정란

 

 

너는 나를 순례하지 않았는가

도달하고자 하는 곳은 그래 마음인가

 

같은 동심원에 묶인 너와 나 황홀이다

너를 보면서 완전한 반쪽이 되어간다

 

뒤돌아서면 안 보이는 등

검은 옷 한 벌을 우린 함께 입었다

암암한 반쪽을 비추기 위해

 

하나가 될 수 없는 반쪽

나는 너의 침묵이 아니라서

너는 나의 입김이 아니라서

 

마주볼 때마다 들키는 사이로구나

 

나를 떠나면 너에게

너를 떠나면 나에게

도착하는 반쪽짜리 행로

 

오른손을 올려, 그렇지 너의 심장

악몽을 던져, 이런 나의 아침이 무너졌구나

너의 꽃나무를 빌릴 수밖에

 

등을 돌리기 전에 꽃잎 그래

어깨를 맞대보자

직각

완벽한 타인을 이루는 구조

바람의 기억을 나눠 가지면

수평

어색하고 어설프고 하나 되는 순간

 

들리지 않는 음을 노래할 수도 있다

검은 옷을 벗어볼까

얼굴은 떨어뜨리고

 

결국 빈 목소리로 이별하는

해와 달의 이야기구나

  

 ㅡ 계간 《열린시학》 2020년 겨울호



이정란시인.jpg


1959년 서울출생 

1999년 심상으로 등단

시집 어둠흑맥주가 있는 카페』 『나무의 기억력』 『눈사람 라라

이를테면 빗방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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