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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 / 함순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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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60회 작성일 21-02-22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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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

 

 함순례

 

 

    이 둥근 말을 이 다정한 말을 왜 누르고 살아야 하지? 말없이도 알아듣고 말없이도 통하면 얼마나 좋아. 모르겠는 걸, 도통 모르겠는 걸 어떡하냔 말이지. 쑥스럽다거나 헤퍼 보인다는 것도 다 꼰대들의 철벽이지. 사랑해사랑해사랑해 호접란에 물을 줄 때마다 속삭였더니 윤기가 도는 이파리 좀 봐. 피어나는 꽃잎을 봐. 그냥 미소가 번지잖아. 웃음이 툭툭 터지잖아. 온몸에 향기가 돌잖아. 사랑해, 라고 말하는 순간 아무것도 아닌 말이 아무것이 되어 마술을 부리게 되지. 역병의 그늘도 뒤집을 수 있는 이 말랑말랑한 말을 이 뜨거운 말을 왜 아끼고 살지? 우연히도 인간이라 불리며 이곳에 있는 너는 나는.

-《문장웹진》 2020년 11월호

  

1966년 충북 보은 출생
1993년《시와 사회》신인상 수상
시집『뜨거운 발』『혹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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