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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 시말서 / 윤석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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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60회 작성일 21-02-22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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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 시말서

 

 윤석정

 

 

    그간 잘 지냈죠 먼저 와서 기다렸어요 생을 마감하는 날에 쓴 시, 더는 퇴고할 수 없는 시를 생각했어요 아무도 모르게 찬연하다가 시들시들하다가 말라비틀어지겠죠 끝끝내 바람에 부서지고 흩날리겠죠 저는 피고 지고 해요 마감 없이 반복하는 생각, 낡아버린 생각을 잇다가 여기 태어나 처음 든 생각에 가닿아요 자주 계절을 잊어버려요 아아 계절을 기다렸어요 도무지 알 수 없는 처음과 끝처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아름다운 시처럼 가만가만 눈이 내려요 바람이 얼어 가는 저를 흔들어요 잘 지내요 먼저 가서 기다릴게요

 - 《문장웹진 2020년 5월호》


 

 

 

1977년 전북 장수 출생

2005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2006년 문예진흥기금 수혜

시집으로 오페라 미용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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