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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를 짚다 / 이만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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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64회 작성일 21-03-17 09:48

본문

날짜를 짚다

 

   이만섭

  

 

일월의 바큇살은 투명해서

굴러가는 게 눈에 보이지 않아도

새 소리 바람 소리 물소리 싣고 있지

요철 자국 없는 수레바퀴이건만 나날을 더해

계절을 맞이하고 나이를 헤아린다.

누군가의 생일이 다가오고 있다.

딱 기억하기 좋은 새날을 기다리다가 오늘을 잊고

약속을 어긴 어제는 얼마나 많은가,

생활이란 끊임없는 명분들의 놀이터

오늘의 생각을 추스르다 들여다본 달력에

갑자기 날아든 새 한 마리

붉은 열매로 익은 공휴일의 숫자를 물고

허공으로 날아가 버린다.

계산된 날짜에서 멀뚱히 하루를 놓치고

허탈함에 투정을 부리는데

손가락으로 꾹 눌러 달력 속에 주저앉힌 숫자가

일월에 속은 패일까,

 

 -반년간 《상상인》 2021년 1월, 창간호




leemsup.jpg


 

전북 고창 출생

2010경향신문신춘문예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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