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갈치 / 이수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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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27회 작성일 21-03-22 20:08본문
산갈치
이수익
세상에서
가장 긴 물고기들이 찬란하게
퍼덕였다
선홍색 번쩍이는 띠를 두르고서
움직일 때는 반듯이 일어서서 나아가는 그 모습이
물속에서 하늘의 계시를 보는 듯
영롱하였다
바다에서 산으로, 또는 산에서 바다로
비행하는 순간이 있었다 그 때는
그 몸의 신비의 일체를 온통 드러내는
일대 거사였다
보일 듯, 보이지 않을 듯
경련으로 떨리는 눈부신 비상의 한 장면이었다
나는 지금
산갈치의 꿈을 꾸고 있다
나를 바라보는 이 세상 사람들의 눈이
온통 캄캄하게 어둠 속에 잠겨버리도록, 그리고
거대한 불기둥이 청천벽력처럼 나를 휘몰아치기를
성급히
기대하면서
―계간 《시와 표현》 2020년 겨울호
1942년 경남 함안 출생
196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등단
시집으로 『야간 열차』 『슬픔의 핵(核)』 『단순한 기쁨』
『그리고 너를 위하여』 『아득한 봄』 『푸른 추억의 빵』
『눈부신 마음으로 사랑했던』 등
한국시인협회상, 현대문학상, 정지용문학상 등을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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