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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갈치 / 이수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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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32회 작성일 21-03-22 20:08

본문

산갈치

 

 이수익

 

 

 

세상에서

가장 긴 물고기들이 찬란하게

퍼덕였다

선홍색 번쩍이는 띠를 두르고서

움직일 때는 반듯이 일어서서 나아가는 그 모습이

물속에서 하늘의 계시를 보는 듯

영롱하였다

 

바다에서 산으로, 또는 산에서 바다로

비행하는 순간이 있었다 그 때는

그 몸의 신비의 일체를 온통 드러내는

일대 거사였다

보일 듯, 보이지 않을 듯

경련으로 떨리는 눈부신 비상의 한 장면이었다

 

나는 지금

산갈치의 꿈을 꾸고 있다

나를 바라보는 이 세상 사람들의 눈이

온통 캄캄하게 어둠 속에 잠겨버리도록, 그리고

거대한 불기둥이 청천벽력처럼 나를 휘몰아치기를

성급히

기대하면서

 

 

 계간 《시와 표현》 2020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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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2년 경남 함안 출생

1963년 <서울신문신춘문예 등단

시집으로 야간 열차』 『슬픔의 핵()』 『단순한 기쁨

그리고 너를 위하여』 『아득한 봄』 『푸른 추억의 빵

눈부신 마음으로 사랑했던』 

한국시인협회상현대문학상정지용문학상 등을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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