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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쿠키를 굽는 시간 8 / 김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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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65회 작성일 21-03-26 19:39

본문

진흙쿠키를 굽는 시간 8

 

  김신용

 

 

아무리 파리 한 마리라도 날개를 뜯지 않고서는 보내주지 않는 세상이라지만

1번지 달동네가 관광지가 되고, 역 앞 빈민굴 쪽방이 일일체험 숙박시설이 되고

지난날의 청계천 움막 판잣집이 서울 관광의 필수 코스가 되는 것을 보며

상전벽해라는 말을 떠올린다. 뽕나무 밭이 푸른 바다가 되는 것

전혀 예기치 않았던 것들이 오늘의 현실이 되는 것

만약 내가 지금 달동네를 찾는 관광객이었다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시부랑탕! 빗방울 하나도 차가운 시선의 바이러스처럼 파고들던

지난날의, 남산공원의 노숙의 벤치를 떠올릴까?

아니면, 오늘날의 슬립 캡슐 같은 창신동 개구멍 방을 떠올릴까?

두 명이 누우면 꽉 차는 쪽방을 여섯 개의 단위로 쪼개어

마치 관짝을 얹어 놓은 것 같은 공간을 만들어

여섯 명의 사람이 애벌레처럼 기어들고 나오던, 그 개구멍 방

사람이, 정말 칸칸의 구멍 속에 박힌 애벌레처럼 보이던 방

혹시 그 개구멍 방을 만들어 놓으면, 서울 관광의 기막힌 명소가 되는 건 아닐까? 하는

그런 기발하고 참신한 상상력을 떠올리지 않을까?

왜냐하면, 방 하나의 하룻밤 숙박비를 여섯 명으로부터 징수할 수 있으니까

집 소유주에게는 얼마나 큰 이익을 가져다줄 것인가

혹시 나 또한 그런 기똥찬 아이디어의, 빈곤 비즈니스를 떠올리지 않을까?

그래, 구걸꾼에게서도 뜯어먹을 게 있는 것이 세상이므로, 또 뜯어먹고 사는 세상이므로.

다른 사람에게는 눈요깃감의 관광이지만

지금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치욕스런 현실인데도

그것이 관광객들의 시선을 끌어당기는 수단이 되는

마치 고래 뱃속처럼, 아무리 헤쳐 나와도

아직도 그 고래 뱃속인 것처럼

 

그러면 지금 나 또한 그렇게 시를 쓰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작은 파리 한 마리도 날개를 뜯지 않고서는 보내주지 않겠다고, 눈을 빛내며.

 

―《문장웹진202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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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부산 출생

1988년 현대시사상으로 등단

시집으로 버려진 사람들』 『개 같은 날들의 기록』 『몽유 속을 걷다

환상통』 『도장골 시편』 『바자울에 기대다』 『잉어』 

장편소설 달은 어디에 있나 1,2』 『기계 앵무새』 『새를 아세요?』 

2005년 제7회 천상병문학상, 2006년 제6회 노작문학상,

2013년 제6회 시인광장문학상고양행주문학상

제1회 한유성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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