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셔츠 두 번째 단추를 끼울 때 / 심은섭
페이지 정보
작성자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46회 작성일 21-03-29 10:27본문
Y셔츠 두 번째 단추를 끼울 때
심은섭
옷소매를 통과하던 두 팔이 달아나고, 그 자리에 달의 뒤편으로 뻗어가던 내 어둠이 채워졌다 그 어둠 속에서 누가 나를 집어삼키고 내 손금마저 사용하고 있었다 나는 시나브로 아침을 통과하지 못한 저녁으로 자랐다
Y셔츠 두 번째 단추를 끼울 때 폐경의 꽃이 하혈을 했다 그는 마지막 숨을 몰아내고 송곳 같은 부리로 나의 어둠을 쪼아대며 유방 하나를 떼어 내 입술에 걸어 주었다 그럴수록 달아났던 두 팔은 회향의 시간을 기억하지 못했다
Y셔츠 두 번째 단추를 끼울 때 자본에 조련된 한 구의 시체가 흰 기둥에 걸린 출근 인식기를 통과했다 그는 어느 누구도 해독하지 못하는 문장이었고 그 두 손엔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는 나의 영정사진이 들려 있었다
―심은섭 시집 『Y셔츠 두 번째 단추를 끼울 때』(상상인, 2021)
강원도 강릉 출생
2004년 월간《 심상》신인상
2006년 <경인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K 과장이 노량진으로 간 까닭』『Y셔츠 두 번째 단추를 끼울 때』 등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