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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누구나 선생이었다 / 신동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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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60회 작성일 21-04-05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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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누구나 선생이었다


  신동옥

  교육은 수레바퀴 아래서의 유리알 유희다. “자격증이 있으면 섬마을 선생이 되는 건 어떠니?” 지도교수는 말했다. 우선 초를 칠한 널빤지를 엮어 바닥을 만든다. 그중 어두운 곳에 단을 놓는다. 거기 교탁을 올리면 선생은 태어난다. 눈대중으로 칠판을 나눈 다음 좌상단 2/3 지점에 첫 판서를 하고 가볍게 몸을 돌리며 수업은 시작된다. 三人行이면 學而時習之다. 그러니까 이건 교육공학 또는 공자님의 테일러리즘(Taylorism), 기능이 있는 곳에 아름다움이 있다. 한때는 모두 학생이었다. 난생 처음 본 바퀴가 달린 문을 밀어젖히면 천장에는 모빌이 느릿느릿, 먼지 한 점 없는 창문으론 봄바람이 살랑살랑. 책상은 책상이고 선생은 선생이기까지 세포 하나하나에 자명종을 들이던 나날. “아이는 금 밖으로 자신의 색칠이 나갈까 봐 두려워한다.//누가 그 두려움을 가르쳤을까?” 다섯 살 아이를 창의 미술 수업에 넣으며 김승희 시인의 「제도」를 왼다. 제도는커녕 아이는 문고리를 잡고 운다. 문 너머에 혼자 남겨지고 싶지 않다고. 누구나 그런 시간이 있었다. 아이들은 무엇보다 그들이 살아갈 세상을 닮고 싶어 한다. 우리는 현재의 언어로 과거를 말하는 법을 배운다. 도화지와 물감과 붓이 뒹구는 탁자를 닮아가는 작은 손길 아래 아직은 아무것도 기입되지 않은 진공. 미래는 진화 이전에 쓰이는 알레고리다. 스물에는 진짜 선생이 되고 싶었다. “빨치산에게는 빨치산의 교육이 있지요. 그게 틀렸단 건 누가 알죠?” 교육철학 교수는 이마에 먼저 先, 착할 善을 새기고 대꾸했다. “학생을 강단에서 만나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그 의기양양한 모멸감으로 우리는 학생에서 선생으로 진화해간다. 돌의 꿈을 꾸며 행복에 잠기는 물리학, 명상 속에 이어지는 침묵을 들으며 아늑한 문학, 바다를 보다 등을 돌리고 몇 걸음을 더 걸을지 헤아려보는 지구과학…… 한때 나는 선생을 꿈꿨다, 내 이야기가 당신의 이야기가 그들의 이야기기 궁금해서, 우리 모두 함께 어디로 가는지 궁금해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오른쪽에서 다시 왼쪽으로 몇 뼘씩 삶을 이력(履歷)했겠지 강단에 서면, 나 혼자 떠드는 소리에 고요를 느끼고 학생들이 전투적으로 침묵하고 있을 때 평화를 느낀다. 눈길은 언제고 맞은편 벽에 걸린 초침에 고정시킨 채로. 선생이란 누구보다 먼저 심려하는 사람이 더듬거리며 이어가는 삶을 가리키기 위해 발명한 수줍은 이름이다. 한때 누구나 선생이었다.

월간 시인동네20199월호



 

1977년 전남 고흥 출생
2001년《시와반시 》등단
시집『악공, 아나키스트 기타 』,『웃고 춤추고 여름하라』『고래가 되는 꿈』
산문집 『서정적 게으름』시론집 기억해 봐마지막으로 시인이었던 것이 언제였는지등 
 

제16회 노작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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