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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견딜 얼굴이어도 다시 잃을 사랑이어도 / 박장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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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85회 작성일 21-04-08 21:35

본문

못 견딜 얼굴이어도 다시 잃을 사랑이어도

 

 박장호

  

 

읽어야 하는 아침에 늑대 이빨이 남았다.

사람을 못 견딘 사랑의 흔적이다.

밤새운 아침엔 어제오늘의 구별 없고

분절 없는 소리가 나와 늑대의 차이도 지웠으니

이빨에 어울리게 내 얼굴을 이식하고

늑대에서 사람까지 양치를 한다.

사라진 것은 모두 죽었다고 여긴다.

그래 사라진 것은 모두 죽었다.

이빨 빠진 늑대는 후우 바람 소리를 내며

공책 밖의 설원에서 누울 자리를 골랐다.

우리는 어떻게든 살아야 한다.

죽음 뒤의 생활이다.

다시 태어나는 것이 사실이 아니래도

죽지 않으면 기대조차 할 수 없지.

무언가를 잃었기에 뭔가를 찾을 수 있다.

너는 사람을 잃고 나는 사랑을 잃고

한 얼굴이 된 것이 가짜래도 살자, 생활하자.

소리부터 먹자. 종이에 쓰이는 글씨의 소리.

읽어야 하는 아침에 늑대 이빨이 남았다.

비극이 될 뻔한 이 문장에 얼마나 오랫동안 갇혔던가.

확정되는 글씨가 없어 지워진 것만 먹고 살았다.

있어야 할 존재가 대체 무엇이기에

삭제의 습관에 길들었을까.

이제 글씨로 된 모든 것을 먹을 수 있다.

못 견딜 얼굴이어도 다시 잃을 사랑이어도

우리는 더 이상 슬프지 않다. 비겁하지 않다.

세상 끝 문장처럼 반갑고 찬란한 아침이 왔다.

   

  계간 상징학 연구소2021년 봄호, 창간호





1975년 서울 출생
한양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2003년 《시와 세계》 등단
시집 『나는 맛있다』『포유류의 사랑』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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