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보그 선언 / 정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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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33회 작성일 21-05-01 19:30본문
사이보그 선언
정한용
눈을 바꾸려 한다. 노안과 백내장으로 어차피 한번은 손볼 것, 최신 인공수정체를 끼우면 시력 20.0에 이를 수 있다고 한다. 다음은 이명에 시달리는 귀를 바꾸려 한다. 소머즈가 사용해 검증된 음파센서를 달면, 사람 심장 소리도 들리고 심지어는 거짓과 진실도 구별할 수 있다고 한다. 다음은 무릎 연골을 바꾸려 한다. 이건 육백만불의 사나이가 오래 업그레이드시킨 것, 한번 달리면 안드로메다까지 저녁 마실을 다녀올 수 있다고 한다. 다음은 소화 기능이 떨어진 위장을 업데이트하려고 한다. 버전업하는 것만으로도 요강이나 놋대야를 씹어삼킬 수 있고, 광고에 의하면 일 년 굶고도 너끈히 살 수 있다고 한다.
당신이 꽃을 꽃이라 불러야 꽃이 되듯, 당신이 나를 사이보그라고 불러줄 때 비로소 나는 사이보그가 된다. 우리 사랑은 그렇게 완성된다.
― 정한용 시집 『천년 동안 내리는 비』(시인수첩시인선, 2021)
1958년 충북 충주 출생
경희대 문학박사
198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평론 당선
1985년 《시운동》에 시를 발표하면서 문학활동 시작
시집으로 『얼굴없는 사람과의 약속』 『슬픈 산타페』 『나나 이야기』
『흰 꽃』 『유령들』 『거짓말의 탄생』
영문시집 『How to make a mink coat』
평론집 『지옥에 대한 두 개의 보고서』 『울림과 들림』 등
2012년 천상병시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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