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당신 / 박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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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472회 작성일 21-05-01 19:47본문
오늘의 당신
박완호
오래된 당신의 필체를 쏙 빼닮은 바람의 수화를 읽는다 폐쇄된 간이역의 녹슨 출입문처럼 뻐걱거리는 신호 대기음 앞에서 자꾸 주춤거리는 글자들, 지금은 아무에게도 전이되지 않을 슬픔의 철자법을 따로 익혀야 할 시간이다
느린 걸음으로 골목을 빠져나가는 키 작은 그림자, 휑한 옆구리 쪽으로 글썽해진 바람이 비껴간다 갈팡질팡하는 나뭇가지에 불규칙적으로 내려앉는 눈발들, 우편함에 쌓이는 주소불명의 편지들, 낯선 곳을 지나고 있을 사람의 안부가 문득 궁금해졌다
언젠가 무너지기 위해 똑바로 서는 기둥들처럼 나는 또 어디선가 무릎을 감싸고 주저앉기 위해 이 자리를 단단히 버텨야 한다 어딘가에서 첫 햇살에 아려오는 눈을 비비고 있을 오늘의 당신이듯
― 박완호 시집『누군가 나를 검은 토마토라고 불렀다』(시인동네, 2020)
충북 진천 출생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1991년 《동서문학 》등단
시집 『내 안의 흔들림』 『염소의 허기가 세상을 흔든다』
『물의 낯에 지문을 새기다』『기억을 만나 적 있나요?』 『누군가 나를 검은 토마토라고 불렀다』 등
동인시집 『유월 가운데 폭설이』 『아내의 문신』『너무 많은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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