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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페지오 / 함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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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25회 작성일 21-05-03 19:42

본문

르페지오

 

   함기석

 

 

 

아침 창가에

빛들이 일곱 마리 음표 물고기로 튀고 있다

그럼 커튼 뒤에서

고양이 눈이 달린

빨강머리 말괄량이 제라늄 아가씨

고개를 쏙 내밀고는

코를 찡그리며

물고기들이 쪼르르 사라지는 곳으로 또르르

눈동자를 굴린다

그럼 예외 없이

내 뼈와 공기의 경계점에서

살들은 처형의 시간을 견디며 가시처럼 떨고

집은 또 하루치의 긴 하품을 하며

하늘을 마신다, 아 저기

콧구멍 긴 골목으로 파닥파닥 헤엄쳐온다

지느러미 빨간 언어 두 마리

빛과 체온에 따라 비늘 색이 무한히 변하는

숨결 따라 비늘 문양 계속 바뀌는


 

  계간 《시로 여는 세상》 2021년 봄호



hamkisuk_150.jpg

 

 

1966년 충북 청주 출생

1993년 한양대학교 수학과 졸업

1992년 작가세계》 등단

시집 국어선생은 달팽이』 『착란의 돌』 『뽈랑공원』 『오렌지기하학

힐베르트 고양이 제로

동화 상상력 학교

2006년 눈높이아동문학상, 10회 박인환문학상, 8회 이형기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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