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을 찾습니다 / 서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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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70회 작성일 21-05-05 17:30본문
가방을 찾습니다
서동인
1.
초가집 마루에 내려앉은 봄 햇살이 간혹 말을 걸어왔지만 혼자 놀기엔 심심했어요 누나의 빨간색 책가방을 기다리던 아이는 햇살이 덮어주는 봄이불, 두 발로 걷어찼지만 깜빡 잠들어 버렸어요 그런데, 꿈에서 만난 누나 책가방을 찢어버렸죠 학교에서 배급받은 건빵이 없었거든요 배고파 낮잠을 깬 그 아이, 엉엉 울어버렸죠 (꿈은 꿈이라고요?) 하굣길 누나는 빈손으로 돌아왔어요 건빵 담은 책가방을 잃어버렸다나요
2.
책가방과 인연을 끊어버린 누나 찾아 가방을 내팽개친 그 아이, 서울에서 옷공장 다닌다는 소문 들으셨어요? 자양동 가방공장으로 옮겼다고요? 툭툭 끊어지는 실밥 게워내던 지하 공장 남들 책가방만 박음질하던 아이는 뒤늦게 산 책가방, 자주 잃어버린다나요 꿈에서도 가방을 찾는 그 아이, 고향 바닷가 언덕 위의 家房마저 매미라는 독종에게 빼앗겼다는데 거, 누구 없어요? 그 아이 가방, 家房 좀 찾아주세요
―서동인 시집 『가방을 찾습니다』 (리토피아, 2008)에서
2002년 《리토피아》로 등단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졸업(문학박사)
시집 『가방을 찾습니다』 『동백주 몇 잔에 꽃이 피다니』 등
성균관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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