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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 / 배홍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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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461회 작성일 21-05-30 20:38

본문

불면

 

  배홍배

 

 

오늘을 후회하듯 눈은 펑펑 내렸다

하루의 밖으로 벗어나려는 몸부림이

리드미컬하게 긋는 아픔,

그 아픔으로 적설량이 표기되는

꿈이 버린 수면지대,

눈으로 수몰되는 몸뚱이 안으로

심장은 쿵 가라앉고

외톨이가 된 맥박 하나가 히죽 히죽 떠올랐다

어디로 뛸지 모르는 시간에 밑줄을 긋고

자정을 가리키는 손가락,

손가락 끝에서 진화한 검은 한나절은

손바닥이 숨을 쉬었을까

숨 한 번 참으면

한 쪽 다리가 자라 머리가 되고

되돌려지는 만큼 메아리를 잃어버린

교회의 종소리가 음악의 기하학적인 문간에서

상냥하게 좌절할 때

바람은 여인숙의 차가운 숙박부 안에서 안녕했다

금욕하는 바람과 바람 사이에서 눈은 더 내려

발정인 듯 벽에 걸린 여우 가죽이 윙윙 울었다

울음끼리 하나로 모이는 사람의 꼴,

모양대로 쉰 부엉이의 목청에서 눈보라가 뿌려지고

울음 속이 비어 외로운 밤새가

유혹하는 대로 흘러, 어제와

오늘이 속죄의 바다에서 만나 조용히 서로를 두려워했기를



계간 《문학과사람》 2021년 봄호




 bae.jpg

  

1953년 전남 장흥 출생

2000년 월간 현대시로 등단

시집 단단한 새바람의 색깔산문집 추억으로 가는 간이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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