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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림트의 달빛 / 유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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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05회 작성일 21-06-04 11:39

본문

클림트의 달빛

 

  유현숙

 

 

  캔버스의 은유들이 황금빛으로 빛난다 거울 앞에서 머리칼을 빗는 손가락이 또 빛난다 베토벤프리즘의 달빛에서 물 흐르는 소리 들리고 내 몸에는 비가 내린다

 

  손톱을 물어뜯는 버릇도 그때부터 생겼다 손톱을 뜯으며 혼자 우는 것은 사랑이 많아서라 한다 핥고 쓰다듬고 적시었던 날이 아팠던 기억이 때로는 모진 날을 세우며 들쑤시는 건 그 안에 무엇이 자라고 있는 것일까

 

  들쑤신 자국마다 덧나고 부풀어 한 줄의 글도 읽고 쓸 수 없던, 한 생이 다 가도록 한 표적이든 어드 각진 혓바닥을 기억하는가 죽은 말들이 동이째 굴러다니는 가을과 봄

 

  흩어진 산목(散木)에서

 

  바람이 일으킨 물결처럼 자주 수수롭다

 

  큰 것은 크게 보이고 작은 것은 작게 보이는 날 있을까 더 오래 사랑하는 것이 더 아름다운 사랑일 수 있겠는가 짧게 이별을 말하는 것이 더 비루한 별리일 수 있겠는가

 

  문을 닫고 돌아앉아야 비로소 밖이 보인다 하여 들판을 달려오는 야마(野馬)처럼 황량하여 쓸쓸한 아지랑이 숲처럼 그 시간을 다 걷고 돌아앉으면

 

  저녁의 뜨겁고 장엄한 송가를 만날 수 있겠는가

 

  그것도 잠시, 아주 잠시만 그리웠던 너와 나와 구스타프 클림트가 한 번 더 빛나던 무어라 이름 짓고 싶던

 

 

유현숙 시집 몹시(상상인, 2021)



 

yhs.jpg

 

경남 거창 출생
2001년 <동양일보>와 2003년 《문학 선》등단
2009년 문예창작기금 수혜
시집『서해와 동침하다』『외치의 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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