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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는 동안 / 한용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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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34회 작성일 21-06-18 21:09

본문

기다리는 동안

 

  한용국

  

네가 오지 않아서

너의 발을 그린다

그리다 보니 밤이다

색을 칠할 수 없어서

오지 않은 밤들은

멀리서 침묵한다

나에게 침묵한다

나여서

오래도록 캄캄한

그림 속에는

꿈이 없다

먼 곳에서 너는

눈이 없다

나에게는 핏줄이 없다

깊은 곳에서

울다 만 울음이 번져 나와

눈동자 속이 밝아진다

기울기가 문제다

알고 보니 원래 비스듬한 거다

내가 일으키고

네가 지운 거다

오래 기다리고 싶어서

나의 발을 그린다

멀리서 네가 나에게로

서서히 사라지고

그리는 손만 남는다

그리던 손의 이야기만 남는다

 

 계간 《시와 사상》 2021년 봄호



 

1971년 강원도 영월 출생
2003년《 문학사상
으로 등단

건국대학 국문학과 박사과정 수료
시집『그의 가방에는 구름이 가득 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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