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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무렵 / 이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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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63회 작성일 21-06-21 22:17

본문

저녁 무렵

 

  이 권

 

 

모내기 전 다랑이 논에 논물이 괴어 있다

푸른 하늘과 흰 구름이 내려와 있다

 

집 넘어 감나무에 어둑어둑 저녁이 찾아왔다

물꼬를 보러 갔던 아버지가 대문을

들어서자 집안까지 어둠이 따라 들어왔다

 

어둠 속에서도 꽃을 피울 수 있다는 듯

골목길에 등불 몇 개가 환하게 내걸렸다

 

모두 제 모습 지우고 혼자가 되는 시간

이미 어둠이 된 내가 더 캄캄해진

나를 들어다보고 있다

 

울 밖, 개구리 울음 소리가 지천이다

 

 

이권 시집 아버지의 마술(애지, 2016)

 

 

 


 

1953년 충남 청양 출생

본명 이정권

경희사이버대학교 미디어문예창작학과 졸업

2014년 시에티카로 등단

시집으로 아버지의 마술』 『꽃꿈을 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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