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아서마늘까'면 눈물이 나요 / 이진명 > 오늘의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오늘의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오늘의 시

 (관리자 전용)

☞ 舊. 테마별 시모음  ☞ 舊. 좋은시
 
☞ 여기에 등록된 시는 작가의 동의를 받아서 올리고 있습니다(또는 시마을내에 발표된 시)
☞ 모든 저작권은 해당 작가에게 있으며,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앉아서마늘까'면 눈물이 나요 / 이진명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330회 작성일 21-06-21 22:19

본문

'앉아서마늘까'면 눈물이 나요

 

  이진명

 

 

처음 왔는데 이 모임에서는 인디언식 이름을 갖는대요

돌아가며 자기를 인디언식 이름으로소개해야 했어요

나는 인디언이다! 새 이름 짓기! 재미있고 진진했어요

 

황금노을 초록별하늘 새벽미소 한빛누리 하늘호수

어째 이름들이 한쪽으로 쏠렸지요?

하늘을 되게도 끌어들인 게 뭔지 신비한 냄새를 피우고 싶어하지요?

 

순서가 돌아오자 할 수없다 처음에 떠오른 그 이름으로 그냥

앉아서마늘까입니다 잘 부탁합니다

완전 부엌냄새 집구석냄새에 김빠지지 않을까 미안스러웠어요

하긴 속계산이 없었던 건 아니죠

암만 하늘할애비라도

마늘 짓쪄넣은 밥반찬에 밥 뜨는 일 그쳤다면

이 세상 사람 아니지 뭐 이 지구별에 권리 없지 뭐

 

근데 그들이 엄지를 세우고 와 박수를 치는 거예요

완전 한국식이 세계적인 건 아니고 인디언적인 건 되나봐요

이즈음의 나는 부엌을 맴돌며 몹시 슬프게 지내는 참이었지요

뭐 이즈음뿐이던가요 오래된 일이죠

 

새 여자 인디언 앉아서마늘가였을까요

마룻바닥에 무거운 엉덩이 눌러붙인 어떤 실루엣이 허공에 둥 떠오릅니다

실루엣의 꼬부린 두 손쯤에서 배어나오는 마늘냄새가 허공을 채웁니다

냄새 매워오니 눈물이 돌고 죽 흐르고

 

인디언 멸망사를 기록한 책에 보면

예절 바르고 훌륭했다는 전사들

검은고라니 칼까마귀 붉은늑대 선곰 차는곰 앉은소 짤막소

그리고 그들 중 누구의 아내였더라

그 아내의 이름 까치

하늘을 뛰어다니다 숲속을 날아다니다

대지의 슬픈 운명 속으로 사라진 불타던 별들

 

총알이 날아오고 대포가 터져도

앉아서마늘까는 바구니 옆에 끼고

불타는 대지에 앉아 고요히 마늘 깝니다

눈을 맑히는 물 눈물이 두 줄

신성한 머리 조상의 먼 검은산으로부터 흘러옵니다

 

 이진명 시집 세워진 사람(창비, 2008)



 

 

1955년 서울 출생
1990년 《작가세계》등단
시집 『밤에 용서라는 말을 들었다 』
『 집에 돌아갈 날짜를 세어보다』
『단 한 사람 』『세워진 사람 』등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3,181건 21 페이지
오늘의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218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62 0 07-01
218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45 0 06-30
217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01 0 06-30
217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75 0 06-30
217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28 0 06-29
217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24 0 06-29
217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91 0 06-29
217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80 0 06-26
217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84 0 06-26
217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84 0 06-26
217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68 0 06-24
217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39 0 06-24
216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78 0 06-24
216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06 0 06-21
열람중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31 0 06-21
216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66 0 06-21
216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36 0 06-18
2164
詩 / 허형만 댓글+ 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98 0 06-18
216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38 0 06-18
216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72 0 06-15
216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51 0 06-15
216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28 0 06-15
215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58 0 06-14
215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71 0 06-14
215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62 0 06-14
2156
오랑/ 조동범 댓글+ 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90 1 06-08
215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34 1 06-08
215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77 1 06-08
215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50 1 06-06
215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56 0 06-06
215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52 0 06-04
215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27 0 06-04
214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89 0 06-04
214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23 0 06-04
214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06 0 06-04
214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82 0 05-30
214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67 0 05-30
214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7 0 05-30
214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27 0 05-29
214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37 0 05-29
214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89 0 05-29
214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12 1 05-25
213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42 0 05-25
213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21 0 05-25
213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84 0 05-21
213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23 0 05-21
213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8 0 05-21
213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23 0 05-19
213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79 0 05-19
213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3 0 05-19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