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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아서마늘까'면 눈물이 나요 / 이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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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331회 작성일 21-06-21 22:19

본문

'앉아서마늘까'면 눈물이 나요

 

  이진명

 

 

처음 왔는데 이 모임에서는 인디언식 이름을 갖는대요

돌아가며 자기를 인디언식 이름으로소개해야 했어요

나는 인디언이다! 새 이름 짓기! 재미있고 진진했어요

 

황금노을 초록별하늘 새벽미소 한빛누리 하늘호수

어째 이름들이 한쪽으로 쏠렸지요?

하늘을 되게도 끌어들인 게 뭔지 신비한 냄새를 피우고 싶어하지요?

 

순서가 돌아오자 할 수없다 처음에 떠오른 그 이름으로 그냥

앉아서마늘까입니다 잘 부탁합니다

완전 부엌냄새 집구석냄새에 김빠지지 않을까 미안스러웠어요

하긴 속계산이 없었던 건 아니죠

암만 하늘할애비라도

마늘 짓쪄넣은 밥반찬에 밥 뜨는 일 그쳤다면

이 세상 사람 아니지 뭐 이 지구별에 권리 없지 뭐

 

근데 그들이 엄지를 세우고 와 박수를 치는 거예요

완전 한국식이 세계적인 건 아니고 인디언적인 건 되나봐요

이즈음의 나는 부엌을 맴돌며 몹시 슬프게 지내는 참이었지요

뭐 이즈음뿐이던가요 오래된 일이죠

 

새 여자 인디언 앉아서마늘가였을까요

마룻바닥에 무거운 엉덩이 눌러붙인 어떤 실루엣이 허공에 둥 떠오릅니다

실루엣의 꼬부린 두 손쯤에서 배어나오는 마늘냄새가 허공을 채웁니다

냄새 매워오니 눈물이 돌고 죽 흐르고

 

인디언 멸망사를 기록한 책에 보면

예절 바르고 훌륭했다는 전사들

검은고라니 칼까마귀 붉은늑대 선곰 차는곰 앉은소 짤막소

그리고 그들 중 누구의 아내였더라

그 아내의 이름 까치

하늘을 뛰어다니다 숲속을 날아다니다

대지의 슬픈 운명 속으로 사라진 불타던 별들

 

총알이 날아오고 대포가 터져도

앉아서마늘까는 바구니 옆에 끼고

불타는 대지에 앉아 고요히 마늘 깝니다

눈을 맑히는 물 눈물이 두 줄

신성한 머리 조상의 먼 검은산으로부터 흘러옵니다

 

 이진명 시집 세워진 사람(창비, 2008)



 

 

1955년 서울 출생
1990년 《작가세계》등단
시집 『밤에 용서라는 말을 들었다 』
『 집에 돌아갈 날짜를 세어보다』
『단 한 사람 』『세워진 사람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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