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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의 심리학 / 박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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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78회 작성일 21-06-26 16:53

본문

불륜의 심리학

 

  박종인

 

 

  담벼락을 따라 침범해 있던 어둠이 나를 뚫어져라 응시한다 그는 물체를 당기는 정중앙, 눈여겨보니 그가 내게 관심 있어 한다는 걸 알겠다 어둠은 자신 안에 나를 가둔다 그런 어둠을 나는 조금 열고 본다 그의 움직임은 맘 얻기 위한 몸부림, 나를 향해 완전한 사육을 얘기하고, 나는 빛을 벗어나지 않으려고 허우적거린다 내가 다시 태어난 순간부터 나를 사랑한 이 어둠은 늘 그림자가 되어 내 옆에 붙어 있었고 해가, 질 무렵에는 외투가 되어 나를 외부로부터 보호하고 있었다 요즘은 그런 그에게 나도 점점 빠져든다 내가 나를 벗어 던지자 어둠이 더 많은 영역을 차지하고 나는 그와 함께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 창밖으로 어둠이 번지고 있다 우린 말 없이 서로를 쳐다보고 있다 그와의 빈틈없는 이런 사랑이 나는 좋다 이제 어둠은 더는 어둠이 아니다

  

박종인 시집 연극무대(포지션, 2020)




 

전북 무주 출생

2010년《애지》로 등단

산림청 주관 제9회 산림문화작품공모전 대상 수상

2014년 문예진흥 기금 수혜

시집 「미술관에서 애인을 삽니다」 연극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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