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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작아지고 / 이영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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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91회 작성일 21-06-29 20:52

본문

엄마는 작아지고

 

  이영혜

 

 

관 속 같은 엄마 옷장 속

오래된 옷가지들을 꺼낸다

엄마 몸이 들어가 푹 빠진다

한 줌이 된 엄마가

저 큰 옷의 주인인 적 있었다니

 

어린 시절 초등학교 운동장은 한없이 넓고

가까운 등굣길도 멀었듯

작아진 엄마에겐 세상이 점점 넓고 멀어진다

길도 더 넓어져 건너기 힘들고

한강 건너 우리 집도 더 멀고 멀어져

이제 찾아오지 못하신다

 

엄마의 작아진 몸에는

적은 용량의 기억만 깃들 수 있는지

백발이 된 머리카락처럼

기억은 하얗게 자꾸 지워지고 말아

이것도 생전 처음 먹어보는 음식

저곳도 생전 처음 가본 곳

그 소식도 처음 듣는 소식

모든 것이 새롭고 신기하다

 

점점 아이가 되어가는 엄마

몸도 기억도 가볍고 가벼워져서

 

고치처럼 작은 몸 웅크리고 누워

우화등선을 꿈꾸시는 중이다

 


계간 시산맥2021년 여름호

 



이영혜.jpg

 

서울대 치과대학 및 동 치과대학원 졸업(치의학박사)

동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문창과 졸업

2008년 불교문예로 등단

시집으로 식물성 남자를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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