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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에서 / 김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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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99회 작성일 21-06-30 20:39

본문

계단에서

 

  김현식

 

 

계단을 내려갈 때에는

아무 생각도 하지마, 아무 것도 보지마

오직 계단만 봐, 계단을 무사히 내려가는 데만

신경을 써,

계단 한 귀퉁이에 반 정도 먹다만 자장면이 있는데, ,

헛발 디뎠어 팔다리가 까지고 이마가 깨졌어

자장면 같은 피가 여기저기 튀었어

것 봐, 기껏 자장면 그릇에 정신을 팔더니

상처투성이야 이젠 얼마동안 걷기도 힘들거야

구석에 처박혀 있는 자장면 그릇에서 나무젓가락이 어지럽게

춤을 추다가는 이내 잠잠해진다

한 계단 한 계단 그저 조심해 오로지 그것만 생각해

그것만이 현실이야 무사히 내려갈 때까지는

 

꽁초가 말라 죽은 벌레처럼 버려져 있고

난간위에는

커피 마시고 버린 빈 종이컵만이 쓸쓸히 걸터앉아

무심한 마음만 부여안고 있다

 

그래도 어떻게 해, 모른 체 할 수 없잖아

그것도 현실은 현실인데.

 

 

김현식 시집 나무늘보(종려나무, 2009)


 

 


광주광역시 출생

전남대 의대 졸업

2006년 계간 애지로 등단

시집 나무늘보

포브스지 선정 대한민국 100대 명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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