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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가리 / 박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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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88회 작성일 21-07-04 21:47

본문

쏘가리

 

  박철영

 

 

이름도 모양도 예사롭지 않다

그런 쏘가리를 한 마리도 아니고

다섯 마리를 잡았다고

사진 찍어 보낸 불알친구가 하는 말이

오래전 떠나간 그녀를 닮았다

 

소중한 것들과

시간까지도 함께 하고 싶다던

그 말에 아문 상처가 도졌다

 

강물 안에서 지느러미를

독침 삼아 유영했을 긴 사랑의 시간들

내가 거닐었을 강가의 물 숲을 배회하며

봄 강에 흘려보낸 푸른 밀어를

받아 그린 문양이 꼭 저랬다

종종 쏘아붙이던 말이

잠시 잠깐 파랑으로 일렁거린 적 있었어도

아름답게 만 보이던 그녀처럼

사진 속 쏘가리가

미끈한 그녀의 몸매를 닮았다

 

마지막에서야

숨겨둔 지느러미 속 독침을 내보이던

쏘가리 같던 그녀

아픈 기억인 듯 다가온 것은

잊을 만하면 가슴을 들쑤시기 때문



-박철영 시집 꽃을 전정하다(시산맥, 2019)에서



 

 

1961년 전북 남원 출생

한국방송통신대 국문과 졸업

2002년 현대시문학》 등단

2016년 인간과 문학》 평론 등단

시집 비오는 날이면 빗방울로 다시 일어서고 싶다

월선리의 달』 『꽃을 전정하다

산문집 식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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