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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온을 나눠주세요 / 김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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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824회 작성일 15-12-11 08:44

본문

체온을 나눠주세요

 

  김사이

 

 

해가 꺼지지 않은 밖에서

어둠이 잠을 자는 곳으로 들어와도

어디선가 시시때때로 쇠 치는 소리가 난다

 

말랑말랑 피가 도는 몸에 깡통이 생겼다

깡통이 커질수록 말랑하던 나는

황폐한 허허벌판으로 변해 가고 있다

 

찍소리 안 하는 건 적당한 비타협이라고

사랑을 버리는 것이 잘사는 법이라고

나는 사람이라는 것을 잊어야 산다고

살기 위해 지은 죄는 죄가 아니라고*

깡통이 끊임없이 주문을 건다

 

차라리 깡통 안에서라면

살아가는 데 안전할까

자유를 팔면 밥을 살 수 있는지

노란 나비에게 물어나 볼까

 

내 안의 깡통과 피터지게 싸운들

권력은 세상을 잘근잘근 씹어 먹고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깡통과 싸우는데도

홀로 죽어가는 거짓말 같은 새빨간 진실

 

그대의 체온은 아직 따뜻하신가?

 

 

* 영화 <손님>에서 악행을 저지른 마을 사람들에게 말해주는 촌장의 대사.

 

 

 

1971년 전남 해남 출생
호남대학교 국어국문과 졸업
2002년 《시평》으로 작품활동 시작
시집『반성하다 그만 둔 날』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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