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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 김남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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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444회 작성일 21-07-12 21:53

본문

첫사랑

 

  김남권

 

그 눈빛을 처음 만난 순간부터,

내 눈은 멀고 말았다

아주 오랜 시간을 걸어온 구도자처럼

낡은 외투를 걸친, 그늘 속을 비추는 별빛이 쏟아지고

너를 만나기 전에 만난 모든 사람들은

하늘의 시간을 빌어 온 빗물이었다

너를 만난 이후의 모든 사람들은

구름의 시간을 빌어 온 눈물이었다

뿌리 끝까지 낮은 번개가 들어오고

바위틈 그늘의 허리 아래에서 풀꽃 한 송이

내 이름을 불렀다

황홀한 저녁이 불을 밝히고,

가슴 한 켠으로

빗물이 들어와 고였다

수평선을 걸어서 걸어서,

내게 온 제비꽃 한 송이

보랏빛 눈을 떴다

 

첫사랑이었다

  

김남권 시집 발신인이 없는 눈물을 받았다(시산맥, 2019)




 

2015년 계간 《시문학》 등단

시집 『당신이 따뜻해서 봄이 왔습니다』『저 홀로 뜨거워지는 모든 것들에게』

『빨간 우체통이 너인 까닭은』『바람 속에 점을 찍는다』『등대지기』

『하늘 가는 길』『불타는 학의 날개』『발신인이 없는 눈물을 받았다』등

이어도문학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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