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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렌즈 / 차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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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20회 작성일 21-07-17 13:59

본문

<제14(2019) 박두진문학상 수상작>

 

얼음렌즈

 

  차주일

 

 

나는 꿈을 꾸고 해몽까지 하는 사람이지만

꿈은 내 능동이 아니지.

 

여러 등장인물로 한 편 이루어진 꿈은 피동.

원하든 그렇지 않든 구성되는

내 삶은 타자가 주인공이 되어 지나간 막간일 뿐.

 

능동과 피동이 동거하면

통념을 넘어서는 통설이 태어나지.

 

나 역시 미완성 각본 어디쯤에서

누군가의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있으리.

 

인류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 눈송이를 모으고

빙산을 갈아 볼록렌즈를 만드는 사람이 있어,

햇빛을 모아 불씨 하나 길들이는 사람이 있어,

나는 잠깐 꿈밖으로 태어나

사랑을 세공하는 천직을 가졌으리.

 

내 수정체에 든 온갖 피사체로

너라는 한 점을 어렵사리 착상시키고

체온으로 그린 입체를 탁본하여

내 해몽대로 네 얼굴이 생겨났으리.

 

네가 오늘 사용할 내 표정을 고르기 때문에

내 배역은 사후에도 전생이리.

  

―《시와세계(2018, 겨울호)





 


 1961년 전북 무주 출생

2003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냄새의 소유권어떤 새는 모음으로만 운다

2014년 시산맥작품상, 2011년 윤동주상 젊은작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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