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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 김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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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95회 작성일 21-07-21 19:50

본문

지금,


  김길녀

 

 

비우고 비워서 속까지 훤히 드러낸

겨울 숲 나무들처럼

몹시 좋아하는 우울과 적막과 슬픔마저도 찰나의

행간 없이 벙글 벙글 벙글

맘껏 부풀어 오르시라

다만,

식물로 태어나 나무로 살아가는

오래된 생애처럼

아픔을 감춘 채 다가오고 있는 공포만은

느릿느릿 머뭇머뭇 주저하고

망설이며 둘러보고 헤매다가

온전히,

길을 잃어 주시면 좋으리라

지금은,

누군가 지독하게 아프다는 편지를 받고

긴 겨울 안에서 함박눈처럼 쏟아지는

신의 영혼을 가득 품은 연두와 분홍과 함께

절박한 기도가 담긴 초록 오로라를

기다리며 실어증에 잠겨 있습니다

  

계간 문학과 사람2020년 봄호



 

kimkilnyou-150.jpg


 강원도 삼척 출생

1990년 시와 비평을 통해 등단

시집으로 키 작은 나무의 변명』 『바다에게 의탁하다』 『푸른 징조』 

13회 한국해양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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