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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호 연필 / 유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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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399회 작성일 15-12-14 12:07

본문

6호 연필

 

유미애

 

 

바깥귀를 접은 지 오래 나는 나를 완성시킬 수 없네

위대한, 설산의 구두소리는 내 것이 아니고

신문지에 스케치한 카카리키*는 나의 나무에 도착하지 않았네

하지만 너라는 그림자는 뜻을 굽힌 적이 없지

캄캄한 그 혀 속으로 휘파람 한 토막을 건네줄게

벌거벗은 음들이 서로의 무늬를 섞을 때

마침내 내게도 객관적인 입술이 생기는 거야

붉은 달을 부르는 순간 네 안의 짐승이 깨어날 거야

피투성이의 등을 문대던 꽃나무와

떠꺼머리 굴 한 채가 너에게 속하게 되겠지

노래를 멈추지 마, 해진 자켓이 갈기를 세울 때까지

날마다 초췌해지는 내 몸의 얼룩들을 가져가

바닥과 바닥의 심장을 관통해온 이 눈물을 마셔

필갑을 열면 검은 밀림이 타오르는 밤

네 눈 속, 두 번째 달이 둥글어질 때

가라 표범

성대가 녹아내릴 때까지 변방을 달려

휘파람도 불 수 없는 밤

국적 없는 네 울음소리가 또 다른 너에게 가 닿을 수 있도록

 

 

1961년 경북 출생
2004년 《시인세계》등단
2009년 서울문화재단 젊은 예술가를 위한 창작지원금을 받음.
시집『손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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