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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불렀을 때 / 고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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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842회 작성일 15-12-15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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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불렀을 때
 
  고명자
 
 
젊은 여인의 순장품에서 잔이 하나 딸려 나왔다
걸릴 것 없는 외로운 족보인 양
손잡이가 부처 귓불만큼 큰 토기다
얼마나 간절한 손끝이었는지 귀퉁이가 사라졌다
여자 혼자 독하게 살았을 흙벽 창가
찻잔이나 만지작거리다가 저문 사람의 우두커니
 
따듯한 물이라도 촐촐히 부어주는
외로움의 바깥으로 밀어내주는
짧았던 생을 입김으로 데워준
그런 사람 하나 없었던 것 같아
 
이름은 등 뒤에서 달려와 가장 먼 별에 닿고
또 등 뒤에서 오는 손길은 끝끝내 식지를 않는데
 
내가 마치 덧널무덤에서 발굴된 백지장 여인마냥
긴 잠을 털고 일어난 듯 찻잔에 손가락 거는 시늉을 한다
입안을 헹구면 처마 끝 햇볕소리까지 맑지만
그러나 이쪽과 저쪽은 칸막이 아니어도 건널 수 없는 세상
혼자 풀렸다 감겼다 내 눈자위만 이지러진다
몸 하나 열 빠져  나가도 낮은 하늘은 돌아앉지 않는다
 

2005년《시와 정신》등단
시집 『물끄러미』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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