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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 신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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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95회 작성일 21-08-05 21:44

본문

 

  신지혜

 

 

내가 어머니 열고 나오지 않았다면

이 세상이 있었을까

어머니는 내게 문이셨다

내가 아버지 열고 나오지 않았다면

내 삶이 있었던 것일까

아버지는 내게 문이셨다

 

울퉁불퉁 콘크리트 바닥을 대평원으로 알고

기어가는 저 딱정벌레도 문 힘차게

떼밀고 나오지 않았던가

 

나도 문이고 당신도 문이다

내가 당신을 열지 않는다면

내가 어떻게 당신을 알겠는가

우리는 서로 여닫는다

 

제각기 문을 통해

문 여닫는 방법에 전전긍긍 끊임없이 노크하며

스스로 문 활짝 열어 맞이하기도 하고

영 안 열리는 문에 매달려 통곡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수많은 문들 천개도

단 한 개의 마지막 문으로 귀결된다

 

어제까지만 해도 함께 밥을 먹었던 지인의

갑작스러운 부고 소식을 듣고서야 알았다

 

내가 늘 여닫던 당신도, 이제 길고 긴 문 열기 끝내고

홀연히 그 문을 나가셨던 것이다

 

 

계간 상상인20217월호




 

 

서울 출생

2000년 미주 <중앙일보 신춘문예당선

2002년《현대시학등단

시집 밑줄토네이도 등 

3회 <재외동포문학상시부문 대상 수상 

제3회 <윤동주서시해외작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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