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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거부할 권리가 있네 / 정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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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55회 작성일 21-08-05 21:45

본문

나는 거부할 권리가 있네

 

  정선희

 

 

베일에 싸인 것처럼

도도한 그들만의 향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사람을 까다롭게 골랐어

 

나를 단숨에 읽어버린 샤넬 가브리엘과 페라가모 세료리나 따위는

영원히 이해하지 않기로 했어

 

아무한테나 향을 팔지 않는 향수 코너를 돌아 나오는 동안

코는 나를 잃었고

나도 나를 잠시 놓쳤을까

뒤집어진 속이 울렁거렸어

찬바람을 쐐도 1967년산 코는 나를 알아채지 못했지

 

거짓말처럼 부채표 가스 활명수를 마시고

간장게장 백반을 입에 넣고서야

속이 나를 받아들였지

 

향수보다 더 간절한 냄새를

중앙시장에서 몇 개 골라 담으며

사람들 옆을 스쳐 그들에게 기꺼이 중독되면서 말야 

 

계간 상상인20217월호


 

  

1969년 경남 진주 출생

경남대 국어교육과 졸업

2012년 《문학과 의식》등단

2013년 〈강원일보 신춘문예〉시 당선

시집『푸른빛이 걸어왔다』아직 자라지 않은 아이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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