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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화 / 김윤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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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68회 작성일 21-08-11 20:32

본문

벽화

 

 김윤환

 

 

대문을 열고 왼쪽으로 돌아가면

창고로 쓰던 반지하방을 월세 5만원에

몇 년을 옥살이처럼 산 적이 있었다

일터에서 돌아와 문을 열면

어둠은 기다렸다는 듯 내 품에 안겼고

나는 그것이 무서워

창이 있었으면 좋겠다싶어

가장 어두운 쪽에 창을 그리고

거기에 해를 그려 넣었다

 

쉬 잠들지 않는 밤이면

어스름 꿈결에 어느 소녀가 창틀에 앉아

햇살 같은 미소를 보내곤 했는데

화들짝 놀라 눈을 뜨면

촛농이 흘러내리듯 검은 창들이 온 방에 흘러내렸지

들어오고 싶지 않는 방에도 달력은 있었고

아무 것도 적히지 않는 빈칸마다

따라갈 수 없는 시인의 시를 채우곤 했는데

시인과 흘러내린 창문과 어둠이

늡늡한 노래가 되어 아침이면 내 등을 적시곤 했다

 

지금은 지상 위에 집 한 칸을 갖고 살지만

아직도 그림자의 끝은

반지하방 검은 창가에 걸쳐있고

불과 열 한 계단 아래의 방이었지만

오르는 일은 내려가는 일보다 어두웠지

장마가 오면 마치 깊은 저수지로 들어가듯

두려움과 안온함이 나를 감싸고 있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없었다면

난 아직도 바닥에 누운 검은 창틀과 하나가 되어

그 열 한 계단 밖의 세상을

먼 하늘처럼 그리워만 하고 살았으리라

 

오늘도 왼쪽으로 돌아가면

삐걱 반지하의 문이 열리고

어둠은 여지없이 나를 감싸고

손 한번 잡은 적 없는 소녀는

내가 그려놓은 창틀에 우두커니 앉아 있다

푸른곰팡이는 꽃이 되어

한 폭의 벽화로 남아있고

햇살은 언제나 낯설다는 듯

그늘에만 꼭꼭 숨어있었다

 

계간 열린시학2021년 봄



 

김윤환 필자용 사진.jpg


1963년 경북 안동 출생

1989년 실천문학》 등단

시집 그릇에 대한 기억』 『까띠뿌난에서 만난 예수』 『이름의 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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