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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 / 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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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62회 작성일 21-08-16 20:38

본문

그곳

 

  오 은

 


그곳이라고 불리던 장소가 있었다. 누군가는 거기라고 했다가 혼쭐나기도 했었다. 그러다가 진짜 거기로 가면 어쩌려고 그래? 뼈 있는 농담이 들리기도 했다. 그곳에서 어떤 일이 있었더라? 우리는 만났지, 인사했지, 함께 있었지, 어떤 날에는 죽기 살기로 싸우기도 했지. 죽자 사자 매달리기도 했었지. 죽네 사네 울부짖었을 때, 삶보다 죽음이 앞에 있다는 사실에 눈물이 났다.

 

그곳에서는 그런 일이 있었다.

 

너 나 할 것 없이 그곳을 찾던 때가 있었다. 그럴 때마다 너와 나는 선명해졌다. 다름 아닌 다르다는 사실이. 같은 취향을 발견하고 환호하던 때가 있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우리는 가까워졌지. 어쩜 잠버릇까지 일치하는지 몰라, 네가 말했을 때 너도 나도 흠칫 놀라고 말았지. 우리 사이에는 고작 그것만 남아 있었다. 내 앞에 네가 있다는 사실에 현기증이 났다. 내남없이 갔어도 내가 남이 되어 돌아왔다.

 

여기저기서 그곳을 찾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곳저곳 기웃거리고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이래저래 고민이 많아져도 이냥저냥 살아갔다. 삶 앞에서 체면은 이만저만하게 구겨지기 일쑤였다. 이러저러한 사연은 이럭저럭 자취를 감추었다. 이러쿵저러쿵 뒷말만 많았다. 이심전심은 없고 돌부리 같은 감정만 웅긋중긋 솟아올랐다. 삶의 곁가지에 울레줄레 매달린 건 미련이었다.

 

그곳이라고 불리던 장소가 있었다. 이제는 거기가 된.

 

 

계간 상상인(2021년 여름호)



80051635_1.jpg


 1982년 전북 정읍 출생

2002현대시등단

시집호텔 타셀의 돼지들』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 『유에서 유』등

제27회 대산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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