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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책 / 하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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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53회 작성일 21-08-16 20:41

본문

잃어버린 책

 

  하재청

 

 

그 여름의 끝, 큰물이 지던 해

책보를 잃어버리고 늙은 소나무 아래에서

아무도 몰래 퇴행성 벌레처럼 웅크리고 있었다

책장 넘어가는 소리를 들으며 달빛 속에 앉아 울었다

책보는 가을 추수 무렵 강가 억새 숲에서 발견되었다

책갈피는 그때까지도 울고 있었다

아버지는 아무것도 모른 채

하얀 두루마기를 펄럭이며 먼 길을 떠나고

가을 햇살 아래에서 하얗게 표백되어 가던 나는

사택의 살구꽃 풍금 소리를 들으며

내 그림자를 따라 대구로 갔다

아이들의 가방에서는 햇살이 미끄러졌다

햇살을 손에 잡으려 했지만 늘 손바닥 안에서 미끄러졌다

그때마다 우리 옆집 학교 사택의

선생님과 그 아들의 하얀 손이 떠올랐다

내가 알 수 없는 책장이 넘어가고

어디선가 거친 숨소리가 킁킁 들려왔다

맨발로 남해로 떠난 형이 발자국을 찍는 소리였다

내 책보를 몰래 강가에 버린 친구들은

지금도 하얀 뼈가 드러난 상형문자를 새기고

나는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 숲속에 다시 돌아와

강물에 젖어 흔들리고 있다

 


하재청 시집 사라진 얼굴(시와에세이, 2018)




hajaechung-180.jpg

경남 창녕 출생

​계명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2004년 시와 사상으로 등단

시집으로 사라진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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