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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 박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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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49회 작성일 21-08-29 20:29

본문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박연준

 

나는 공터다

구름이 한번씩 쓸고 가는

 

당신이 빠져나간 자리

푸르게 어둠 휘어지고

빈 그네 위로

쓸쓸히 엉키는 바람

힘없는 밤이 주먹을 펴자

스르르 등 떠밀려

피어나는 흰 달

 

길게 이어지던 징 소리 끝에

철없는 하루살이들

후드득후드득

떨어지는

 

나는 지금

텅 빈 악보 위로 쏟아지는

빗방울이다

  


박연준 시집 아버지는 나를 처제, 하고 불렀다(문학동네, 2012)

 

 

 

1980년 서울 출생
2004년 동덕여대 문예창작과 졸업
2004년 ≪중앙신인문학상≫ 시부문 당선
시집 『속눈썹이 지르는 비명』,『아버지는 나를 처제, 하고 불렀다』

『베누스 푸디카』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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