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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에서 / 윤병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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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61회 작성일 21-08-29 20:46

본문

신촌에서

 

  윤병무

 

추적추적 비 내리는 한밤의 거리

뒤돌아보면 아직도 서 있는 여인

우산 속으로 파고드는 빗방울처럼

불 꺼진 만두집 차양 아래

캐시밀론 담요 뒤집어쓰고 서 있는

나이 든 여인이여

 

어찌하여 이 지경이 되었습니까

이 비 그치면 겨울인데

남자도 힘들 노숙(露宿)을 또 어찌 감당하려고요

 

당신 오래 걸어온 길 궁금해

그대로 거슬러 가보고 싶습니다,

라고 혼자 말하려다 맙니다

그 길, 비릴 길들을 따라 가다가

한 움큼의 제 안위(安胃) 잃어버릴까 불안해

차마 말 못합니다

 

자꾸 뒤돌아봐지지만

당신은 남고 저는 갑니다

미안합니다

 

윤병무 시집 고단(문지, 2013)




 

13025.jpg


1966년 서울 출생

대전대 영문과 졸업

1995년 동서문학으로 등단

시집 5분의 추억』 『고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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